[독자 마당] 걸어다니는 나무
동물은 움직이고 나무는 땅에 뿌리를 박고 산다. 그러나 나는 나무도 달릴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육지에 살던 동물이 바닷속으로 들어가 고래가 되고, 쥐가 하늘을 날아 박쥐가 된 것과 같은 이치다. 과학자들은 이런 것을 진화라고 한다. 생명체가 진화하는 것은 살아 남기 위해서다. 물고기 중에는 공중을 나는 것도 있다. 큰 물고기에게 쫓기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다. 내가 사는 집 아래채에는 후안 가족이 살고 있다. 부부의 아들 이름은 자슈아다. 하루는 마당에서 후안과 자슈아가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다. 크리스마스 트리에 관한 이야기였다. 아버지는 전나무를 사다가 트리를 만들자고 했고 아들은 인조 트리르 사서 만들자고 했다. 후안은 냄새가 좋은 생나무로 하자고 했다. 하지만 자슈아는 선생님이 동물과 식물을 사랑해야 한다고 했다며 식물을 죽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나는 생각해 보았다. 아버지와 아들의 말 모두가 일리가 있다. 초식 동물은 식물을 먹고 살고 맹수는 초식 동물을 잡아 먹고 산다. 식물 중에는 동물을 잡아 먹는 것도 있다. 열대지방에는 늘 비가 오기 때문에 토양의 양분이 물에 씻겨 내려간다. 그래서 어떤 식물은 부족한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해 동물을 잡아 먹는다. 파리지옥 등 벌레잡이 식물들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아무 죄도 없이 밑동이 잘려나가는 전나무는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 전나무도 본능적으로 살고 싶은 욕망이 있다. 어느 날 뿌리가 다리로 변할지도 모른다. 나의 이런 생각은 엉뚱하고 실현 가능성도 없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자연을, 생명을 소중히 여기자는 뜻이다. 도망가는 전나무를 상상하며 혼자 웃는다. 서효원·LA독자 마당 나무 전나무도 본능적 초식 동물 벌레잡이 식물들